. 저녁의 소묘 / 한강
어떤 저녁은 피투성이
(어떤 새벽이 그런 것처럼)
가끔은 우리 눈이 흑백 렌즈였으면
흑과 백
그 사이 수없는 음영을 따라
어둠이 주섬주섬 얇은 남루들을 껴입고
외등을 피해 걸어오는 사람의
평화도,
오랜 지옥도
비슷하게 희끗한 표정으로 읽히도록
외등은 희고
외등 갓의 바깥은 침묵하며 잿빛이도록
그의 눈을 적신 것은
조용히, 검게 흘러내리도록
한강, 「저녁의 소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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