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일장춘몽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0. 5. 21:43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일장춘몽一場春夢 / 월정 강대실

 

 

봄날, 무단히 마음 시려하자

쏘옥 가슴속 파고드는 한 여자 있었지요

아무리 내치려 해도 찰거머리 같은

 

동구 목로주점으로 슬렁슬렁 나가

막걸리 한잔하기로 했지요

요런조런 세간사 안주 삼아

 

권커니 잡거니 수도 없이 마시다

곤드레만드레 대취하고 말았지요

하늘을 너울너울 날 것 같이

 

손잡고 으쓱대며 답청 놀다, 그만

돌부리에 걸려 철푸덕 넘어졌지요 둘 다

그냥, 꼭 껴안고 세상모르고 잠잤지요

 

목이 말라 허공을 허덕이다

불현듯, 정신이 버쩍 들어 눈을 떠니

봄날의 긴긴 해는 벌거니 눈 흘기고

 

빨래를 개키든 아내가 빙시레 웃으며

그만 일어나라 흔들어 깨웠지요.

 

초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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