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一場春夢 / 월정 강대실
봄날, 무단히 마음 시려하자
쏘옥 가슴속 파고드는 한 여자 있었지요
아무리 내치려 해도 찰거머리 같은
동구 목로주점으로 슬렁슬렁 나가
막걸리 한잔하기로 했지요
요런조런 세간사 안주 삼아
권커니 잡거니 수도 없이 마시다
곤드레만드레 대취하고 말았지요
하늘을 너울너울 날 것 같이
손잡고 으쓱대며 답청 놀다, 그만
돌부리에 걸려 철푸덕 넘어졌지요 둘 다
그냥, 꼭 껴안고 세상모르고 잠잤지요
목이 말라 허공을 허덕이다
불현듯, 정신이 버쩍 들어 눈을 떠니
봄날의 긴긴 해는 벌거니 눈 흘기고
빨래를 개키든 아내가 빙시레 웃으며
그만 일어나라 흔들어 깨웠지요.
초2-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