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풍경
착한 사람들이 쑥잎처럼 모여 사는
산마을 소년촌에 장맛비 숨 돌리자
앞내 한가득한 붉덩물에 온갖 것들
내 잡념이 듯 어지럽게 쓸려 간다
산문 앞 메뽕나무 바람 받아 올려
내려앉은 하늘이 움질움질 물러나고
한 가닥 한 가닥 옷 벗은 산자락
툭 터져 흐를 듯이 검푸름 탱탱하다
논다랑이에 풍년 꿈이 땅심을 받아
너불너불 입춤을 추어대는데
새까맣게 햇살이 익힌 복분자딸기
발밑에 문드러진 농심 냉가슴 앓는다
산작로 건너 점방 앞에 선 막차
밤톨처럼 떨친 단장에 봇짐 진 노인장
팔느락팔느락 모깃불 속으로 사라지고
산새들 안식 찾아드는 날갯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