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날/ 월정 강대실
자식들 제 식솔이랑 멀리 떨어져 살고
아내는 오랜 친구들 모임에 나가
긴긴날 덩그러니 혼자 있는데
어찌 적적하지 않으리오
봄샘바람에 몸을 뒤척이던 감나무
어느새 피운 손자 손바닥만 한 이파리
진종일 뜨락에 살랑이는데
어찌 그리움 모르리오
길 잘못 알고 온 나나니벌 한 마리
온 방 누비며 벽창을 치받더니
그만 진이 빠져 허공을 기는데
어찌 안쓰럽지 않으리오
해 떨어지자 땅거미 스멀스멀 밀려들고
앞집 용마루 환한 살구꽃 위로
개밥바라기 처량히 반짝이는데
어찌 서러움 모르리오.
(4-66. 바람의 미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