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내 나는 여자/월정 강대실
툭툭 털고 한번쯤은 나그네 되자던
휘영청 달 밝은 어느 밤의 약속 미뤄질수록
점점 마음보다 더 긴 하루하루
오늘도 첫새벽부터 종종걸음 치다
옆에 앉더니 스르르 잠에 빠진
짠한 눈빛으로 얼굴 한 겹 덮어 주다
망연히 창밖 먼 산 바라보면
만나고 헤어진 수많은 사람들 잔영 위로
연화처럼 봉긋이 피어오르는
천둥이 치면 버썩 겁이 나 문 걸어 잠그고
그저 꽃무늬 몸뻬 바지가 좋아 즐겨 입고
가난한 내 시 읽어 주다가는
어느덧, 눈에 핑 도는 눈물 애써 감추는
영락없이 숙맥 같은 아내,
내가 더 좋아하는 물내 나는 여자.
(4-72.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