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선대들 뫼시던 날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7. 17:19

선대들 뫼시던 날                     
                        
                    姜    大    實 

광산 이씨 집안 맏서랑 되어
자식을 둘씩이나 낳아 기르면서도
선조 무릎 밑 가지런 서서 
읍례 한 번 제대로 못 드려
속 깊은 부끄럼 뿐이였는데

정여립사건으로
지금은 한 발 한 발이 아슬아슬한
순창 쌍치 오룡리 골짜기로 들어 
삼대를 숨죽여 사시던 증·고조님 
빙장 어르신 작고한 뒤로 한동안
발길 잃은 커막한 불효까지 범했건만

사방에서 달려드는 잡목에 밟혀 
가쁜 숨 몰아쉬고 계신 윗대 5 위 
남의 벌 귀퉁이 대나무 그늘 아래 
모로 누워 선잠드신 장모
망월동 떠도는 원혼들 틈에서
이제나저제나 그림자 기다리신 장인  
 
윤이월 하늘 맑고 밝은 청명일
추월산 지산 정각산 비호재 밑
한갓져 풍광 자지러진 데다
영생의 새집 마련하여 뫼시고
형제들 무릎꿇고 속죄할 제

장인 장모님 한사코
내 짐 너들게 물려 면목 없다 시고
윗대 어르신네들 
백 년 손도 반 자식이다, 어쨌든지
복이나 많이 받아라 하시니
옥죄는 형벌 훌훌 벗는 이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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