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날/ 월정 강대실
삐리리! 삐리리! 보채대는 전화기 마뜩찮아
하는 왼손을 들어 귀에 맞대자 환히 피어나
는 반가운 이름 충사(忠事)! 여느 날처럼 반
가움 건네자 곤두선 목소리 어-이, 나 때려
치웠어 어제 날짜로! 웬 날벼락이여! 이 엄동
설한에 입도 뻥긋 않더니 난 행장은 따 놓은
당상으로 알았어, 친구는 어떡하겠는가 그
개같은 녀석들이 쥐구멍도 안 보고 막무가낸
데 이빨 빠진 사냥개라고 나는 벌써 넉 달째
네 영에서 뺨 맞고 저잣거리서 눈 흘긴다고
손톱만 송곳같이 갈고 있어 나는 평생 가슴속
품고 살라네 소리 안 나는 총 하나 어디 구할
데 있나 알아봐 친구가 선배 아닌가 사회! 이
른 아침 졸지에 백수당 선배가 됐네! 자네나
나나 죽으면 죽었지 징역 갈 며리는 없지 않
는가! 맘 추슬러 새 마당 열어보세! 암, 그렇지
그 더러운 개자식들 천벌 없기만 빌고 앉았
겠는가 물먹은 솜덩이 같은 가슴 칼바람 가
르며 미로를 나선다 어제의 뒤안길 희미한
기억 밟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