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추억의 도양읍* 정리

월정月靜 강대실 2021. 12. 27. 17:50


추억의 도양읍* 정리/월정 강대실 언제부턴가 눈도 입도 그저 그만일 테니 꼭 한 번 짬을 내라 했어도 황막한 벌판길 가물거리는 횃불잡이 등 뒤로 쏟아지는 뭇 시선 따가 워 달 걸러서 어깨를 겯던 벗들 벼르다말고 간만에 무릎 맞댄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에 겨워 물오리 둠벙을 보면 떼거 리로 모여 걸쭉히 한마당 벌이듯 짐짓 상기된 표정 그럴싸해 마당에 시퍼런 바닷물 들락이는 횟집 가려잡고 펄펄하고 큼직한 생선 몇 마 리 회 친다. 그들먹한 회접시 금세 이마를 맞댄 교자상 가운데 대감처럼 좌정하 고 맞앉아 권커니 잣거니 연신 오가는 잔에 천년의아침 고꾸라져 토 를 해 대니 빈병 가뜬한 마음은 벗들 감흥을 불러 맘속 들독 같은 시 름 사르고 비움의 절절한 소망이 되어 만면에 발그스레 불탄다. 멍석을 깐 벗 벌떡 나서서 짊어진 돈 전대 넘 무거워 등창이 났다며 냉큼 물주를 잡고는 후렴으로 근방 카페로 옮겨 마담 빵싯빵싯하는 얼굴 곰살스런 응대에 기분 업되어 못다 한 정 마저 나누며 달라진 내일을 낳자 마음 잡죈다. 보랏진 하루 항포구에 어느 결 어둑발 뉘엿뉘엿하고 흔흔한 가슴 저잣거리가 좁은데 바다를 건너오던 아기사슴 무르팍까지 빠져서 보리 피리 불다 아직도 말로써 다 못한 사연 있다며 어여 건너와 눈 좀 빌리자 손짓한다. *도양읍: 전라남도 고흥군 고흥반도의 남서쪽 끝에 위치해 있는 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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