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앙정俛仰亭* 에서 / 월정 강대실
댓잎 스적이는 소리 귀를 씻는
죽림 속 끊어진 듯 이어지는
돌계단 밟아 오르니
주인님 숨결 오롯이 어린
우뚝 선 우람 청청한 참나무 하나
솔솔바람에 실려 오는 임의 향취
사방 확 트인 정자
툇마루에 동그맣게 올라앉으면
발아래 산천 아스라하고
하늘 땅 가이없는데
강호 제현 모여들어 유유자적하다
국사를 개탄하던 아픈 심상
뜨락에 아른거린다.
*면앙정: 전라남도 기념물 제6호.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건물.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시신(侍臣)이었던 송순(宋純)이 만년에 벼슬을 떠나 후학들을 가르치며 한가롭게 여생을 지
냈던 곳이다. 송순은 41세가 되던 1533년(중종 28)에 잠시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이곳으로 내
려와 정자를 짓고, 「면앙정삼언가(俛仰亭三言歌)」를 지어 정자 이름과 자신의 호(號)로 삼았
다 한다. 그러나 그 정자는 1597년(선조 30) 임진왜란으로 파괴되고 지금의 정자는 후손들이
1654년(효종 5)에 중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