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정松江亭*에서
월정 강대실
송림 속 가파른 돌계단
시인의 향기 쫓아
한 단 한 단 밟아 오르니
누마루 독차지하고 앉은
노송 긴 그림자
길손 반겨 옆자리 내주고
증암천 백사장 에두른
질펀한 창평 들판
황금물결 일렁이어 오면
반짝이는 청댓잎, 연신
임을 연모하는 여인의 노래
애절히 읊조리는데
저만치 가년스런 산죽
쥔 양반 오실 날만
줄줄이 기다려 서 있다.
*송강정松江亭: 전라남도 기념물 제1호. 조선 선조 1584년 동인의 탄핵을 받고
벼슬에서 물러난 대사헌 송강 정철은 창평으로 내려와 죽록정 초막에 은거하며
우의정이 되기 전 4년간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지었으며, 지금의 정자는 후손
이 1770년 세운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송강정이라 이름 지었다.
정면에는 송강정, 측면에는 죽록정 현판이 걸려 있고 정자 옆에는 사미인곡 시비
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