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호수2

월정月靜 강대실 2021. 9. 8. 21:40

 

(사진: 인터넷 이미지)

 

호수2 / 월정 강대실

담양호에 어머니 계셨네    

 

 

언제나 가 보고만 싶은 곳, 들렀다 오면 

가슴속 뭉쳤던 응어리가 어느 틈에 사라져 

드렁칡 같이 뒤엉킨 세상만사가 가닥이 보이고

삶에 생기와 의욕이 샘솟게 하는 곳.

 

먹장구름에 난데없는 돌개바람 말달리더니

산천을 뒤흔드는 뇌성벽력에 

앞이 혼미하고 가슴이 두방망이질 쳐 

먼 산만 뚫어져라 쳐다보다 새벽같이 찾았네

 

뵈었네담양호에 어머니 계셨네

언젠가부터 틈이 났다 하면 찾아다녔어도 

한 번도 뵈올 길 없던 우리 어머니 

서창에 설핏 해가 드는 지금에사 만났네

 

치마끈 질끈 졸라매고 가난을 절구질하셔

이따금씩 봄바람 꽃 냄새 얼비치는데 

천수 다 못하고 훌쩍 낮달 따라 가신 어머니 

담양호에 햇살처럼 찬란히 살아 계셨네

 

보았네, 수면에 아른거리는 어머니 얼굴 

어느새 아들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한참을 합장하고 찰랑찰랑 기도 올리시고는 

따뜻한 손길 구부정한 내 등 쓰담쓰담하셨네

 

물이 산을 못 오르고,  산이 물을 못 건너니

여하튼지 허몽을 품지 말고 

항상 발아래 진구렁을 조심하라며 

조근조근 반짝이는 윤슬로 일러 주셨네

 

돌아서려 망설이자 늘 스스로를 비춰보라며 

거울처럼 맑고 넓고 깊은 호수로 

가슴속 한가득히 채워 주시고는 

옷고름 손에 쥐고 서서 한참을 바라 보셨네.

초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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