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자작골 편지

월정月靜 강대실 2021. 5. 29. 21:25

 

 


         
      자작골에서 온 편지/ 월정 강대실 여보게, 친구! 올 겨울 사온일 빠끔히 길 열리면 벼슬재 너머 추월산 뒤켠 두어 마장께 자작골 내 집 한 번 찾아 주시게, 꼬옥 견양동 들머리 아랫목 호박 넝쿨 같은 오솔길 호젓이 타고 들다 폴짝 자작자작한 개울 건너뛰면 이마 앞에 양지받이 초막간, 우글우글 검은 옷 입은 내 새끼들 되새기다 귀를 쫑긋 반겨 맞을 걸세 우선, 따끈한 대추차로 언 몸 녹이고 해전에 뒷등 생솔가지 쿡쿡 한 짐 찍어다 뒷바람 내는 연기 눈물 훔치며 군불 넣세 지글지글 온 방 끓어오르면 세상사 댓돌 아래 내려놓고 머루주에 밤이랑 고구마 화롯불에 묻으며, 지새워 밀쳐 둔 얘기 보따리 풀어헤치세 한번.

'1.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증약  (0) 2021.08.15
땀의 여백  (0) 2021.06.24
고향의 여름밤  (0) 2021.05.27
세상 눈뜨기  (0) 2021.05.27
미움  (0)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