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우리말 바로 쓰기

'정녕', '정말', '정'의 용법의 차이는?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2. 29. 17:01
'정녕', '정말', '정'의 용법의 차이는?

wonih63 (2005-06-01 02:38 작성)1대1 질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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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평

먼저 설명을 위해 사전부터 보겠습니다.

* 정02 [정ː] 「부」
굳이 그러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모양. ¶정 가겠다면 가거라./정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참」 정히01(正―).


* 정녕03 (丁寧/叮寧) 「부」
조금도 틀림없이 꼭. 또는 더 이를 데 없이 정말로. ≒정녕히02. ¶이것이 정녕 꿈은 아니겠지요?/정녕 가시겠다면 고이 보내 드리리다./별로 성의가 없어 보이는 그 병원 측의 태도에 정녕 노여움을 느꼈다.≪이병주, 행복어 사전≫/잘못한 일도 없다, 한밑천 떼어 주길 바란 일도 없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나한테 바라는 게 정녕 뭐란 말이냐?≪박완서, 미망≫§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국어연구원)


* 정-말01 (正-) [정ː-]
「I」「명」
「1」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임. 또는 그런 말. ¶지금까지 한 말은 정말이다./이건 정말이야, 농담이 아니라고./언젠가 들은 적이 있었으나 어쩐지 정말 같지 않다는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강신재, 젊은 느티나무≫ §

「2」('정말은' 꼴로 쓰여)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사실을 말할 때 쓰는 말.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너만 알아 두거라. 정말은 우리 집은 큰 부자가 아니란다.≪박완서, 도시의 흉년≫/그건 어디까지나 뼛속까지 서울내기인 이상의 감수성이 만들어 낸 관념의 유희일 뿐 정말은 그렇지 않다.≪김동리, 사반의 십자가≫

「3」('정말이지' 꼴로 쓰여) 자신의 말을 강하게 긍정할 때 쓰는 말. ¶정말이지, 요새 같아선 살기가 힘들어./가난이 원수라 정말이지 나 혼자 힘으로 여섯 식구를 먹여 낼 수가 없고….≪이태준, 화관≫/상전에게 뒷덜미를 잡힌 채 무력하게 쫓겨나던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벽걸이에 아무렇게나 벗어 걸어 둔 바지저고리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이동하, 도시의 늪≫§

「4」『북』함부로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마음속 깊이 품고 있는 말.

「II」「부」
=정말로. ¶너를 정말 사랑해./이어도가 정말 존재할까?/그 약이 정말 그렇게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약속은 정말 지켜야 한다./날씨가 정말 좋다./키가 정말 크다./이거야말로 정말 기막힌 일이 하나 벌어져 버렸다.≪한승원, 해일≫/그는 우리가 정말 그의 형인지 알아보려는 듯이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김용성, 도둑 일기≫/정말 훌륭한 솜씹니다. 내가 40여 년을 살아오는 동안 처음 보는 아름다운 솜씹니다.≪조해일, 왕십리≫§

「III」「감」
「1」 어떤 일을 심각하게 여길 때 쓰는 말. ¶큰일 났네, 정말!/정말! 어쩌면 그런 일이 있을까.§

「2」 어떤 일에 대하여 다짐할 때 쓰는 말. ¶꼭 약속을 지켜야 돼. 정말!/차후로는 다시 싸우지 맙시다. 정말!§「3」 어떤 일에 대하여 놀랄 때에 쓰는 말. ¶어제 비가 온다 예보가 있더니, 정말! 비가 오네.§
「비」 <1>참말『I』. 「참」 진짜.



이상에서 보듯이 '정'과, '정말', '정녕'은 의미상 비슷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어감과 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정'은 화자는 동의하지만 상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용법에서도 주로 '정 ~하고 싶으면 ~해라'는 식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으로 '정녕'은 '정'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정'에는 그 의미가 크지 않은 화자의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나온 예문 가운데 '정녕 가시겠다면 고이 보내 드리리다.'에서 사용된 '정녕'은 '정'으로 대체해도 의미의 변화가 없으나 '별로 성의가 없어 보이는 그 병원 측의 태도에 정녕 노여움을 느꼈다.'에 사용된 '정녕'은 '정'으로 대체하기 곤란합니다.

끝으로 '정말'은 '정녕'보다도 더 큰 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이나 '정녕'이 사용된 모든 문장에서 이들 어휘를 '정말'로 대체를 해도 의미의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명사]나 [감탄사] 등 이들 아휘에 없는 품사의 용법을 제외하더라도 같은 부사 용법에서도 사전에 나온 예문 '너를 정말 사랑해'나 '그는 우리가 정말 그의 형인지 알아보려는 듯이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등에 사용된 '정말'을 '정'이나 '정녕'으로 대체한다면 말의 의미가 이상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봤을 때 세 어휘는 그 의미에서 [정말>정녕>정]의 순서로 범주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