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꽃나무 아래의 키스 / 이수익 시편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2. 11. 13:34
꽃나무 아래의 키스 / 이수익
번호 : 603   글쓴이 : 송영애
조회 : 2   스크랩 : 0   날짜 : 2006.12.09 19:19

꽃나무 아래의 키스


이수익


더 멀리
떠나왔나보다
密敎의 단호한 문을 여러 겹 건너
비바람과 눈보라 사이를 숨차게 헤쳐
바위처럼 금간 상처를 내려다보며
그래도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다. 서로
위로하면서
몇 백 날을 그렇게 달려왔지
은닉한 쾌감에 메마른 주둥이를 대고 싶어
피 흐르는 육체의 윤곽을 덮어 지우면서
저 감옥 속으로
감옥 속으로

(『신생』2006년 가을호)

 

겨울肖像 

 

이수익

 

 

못에 빠져 죽은 여자의 얼음
사이로 나온
손,
그 희디 흰 손은 가지를 내고
햇빛을 받아
성장하고 있었다.

장미꽃처럼
타오르는 윤활유의 煖爐에서
沙漠에서
나와
그 여자는, 함께 있었던 것일까.

겨울에 표현되는

流域을
빗기어가는 새들---
저 이름모를 영혼의 악사들은
나의 지대에서
駐屯했던 모든 것을
거두어 갔다.

망고와
잎사귀 진 나무와
조용한 이 계절의 夕暮를 노래하는
우리 아이들의 식탁에 와서
하나씩 잠이 드는 고향.

못에 빠진 여자는 죽어서
손은
가지가 되고
가지마다 꽃은 난만히 피었는데,
누가 겨울철의 이 눈물을
그릴 수 있을 것인가.

예불   /  이수익

 

 

절로 흘러넘치는 물이

있다.

절로 절로 흘러넘쳐서

제 몸을 세상에 내다버리는

물이 있다.

내다버리고 또 내다버림으로써

종일토록 보시하는 물이 있다.

그 물 속에

천수관음 옷자락이 펄럭인다.

그 물을 절간의 동자승이 꼴딱꼴딱 잘도

들이마신다.

절로 흘러넘치는 시간 속에

아직 생각을 벗지 못한 젊은 비구니

파르란 머리가 벽을 향해 운다.

아직,

한참이다.

 

 

우울한 샹송/이수익
번호 : 1324   글쓴이 : yanggo
조회 : 6   스크랩 : 0   날짜 : 2006.11.30 01:12

      
      -우울한 샹송/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에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좋은 계절에 기쁨 가득하시구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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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무렵의 시/이수익
    번호 : 207   글쓴이 : 불량탁구
    조회 : 5   스크랩 : 0   날짜 : 2006.11.30 09:35
          저녁 무렵의 시 / 이수익

          자신이 살고 있는 숲을 한 번도 떠나 본 적이
          없는 새는 눈 감아도
          그 숲의 사계四季를 알고
          자신이 살고 있는 늪을 평생 떠나 본 적이
          없는 물고기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그 늪의 조류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새는
          더 큰 숲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고
          물고기는 더 깊은 늪의 흐름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러나, 또한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더 많이 안다고 하는 것은?
          오늘은 하늘에
          무덤을 만드는 새 한 마리
          빠르게 해가 지는 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눈이 왔었나 봐요...
                          쿨쿨 자느라 까맣게 모르고 있었네..
                          첫눈이었는데..ㅠㅜ
                    가을 序詩(서시) / 이수익
                    번호 : 3908   글쓴이 : 생비랑☆
                    조회 : 41   스크랩 : 1   날짜 : 2006.09.22 21:46
                        가을 序詩(서시) / 이수익 맑은 피의 소모(消耗)가 아름다운 이 가을에, 나는 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푸른 풀꽃 어지러워 쓰러졌던 봄과 사련(邪戀)으로 자욱했던 그 여름의 숲과 바다를 지나 지금은 살아 있는 목숨마다 제 하나의 신비로 가슴 두근거리는 때. 이 깨어나는 물상(物象)의 핏줄 속으로 나는 한없이 설레이며 스며들고 싶습니다. 회복기의 밝은 병상에 비쳐드는 한 자락 햇살처럼 아, 단모음의 갈증으로 흔들리는 영혼 위에 맺힌 이슬처럼.

                     

                    이수익] 그리운 악마
                    번호 : 21295   글쓴이 : 달사냥
                    조회 : 76   스크랩 : 0   날짜 : 2006.03.08 22:10

                    그리운 악마/이수익

                    숨겨둔 정부情婦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몰래 나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 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 단
                    축배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 지라도,

                    숨겨둔 정부情婦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 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격월간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11-12,2005

                     

                     

                    본    명 이수익 필    명 이수익
                    장    르 시인 이메일
                    생년월일 1942-11-28 [양] 몰년월일 - -
                    우편번호 120-132
                    주    소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 삼호아파트 102동 1206호
                    연   보
                    연   도 내     용
                    서울대 사범대 영문과 졸업
                    <<현대시>> 동인
                    1942 경남 함안 출생
                    1963 <<서울신문>>에 시 <고별>, <편지>가 당선되어 등단
                    1980 부산시 문화상
                    1988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저서명 부서명 총서명 출판사 출판년
                    시집 <우울한 샹송> 삼애사 1969
                    시집 <야간열차(夜間列車)> 예문관 1978
                    시집 <슬픔의 핵(核)> 고려원 1983
                    시집 <단순한 기쁨> 고려원 1986
                    시집 <그리고 너를 위하여> 문학과비평사 1988
                     



                    출처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원문보기 글쓴이 : 불량주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