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아래의 키스
이수익
더 멀리 떠나왔나보다 密敎의 단호한 문을 여러 겹 건너 비바람과 눈보라 사이를 숨차게 헤쳐 바위처럼 금간 상처를 내려다보며 그래도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다. 서로 위로하면서 몇 백 날을 그렇게 달려왔지 은닉한 쾌감에 메마른 주둥이를 대고 싶어 피 흐르는 육체의 윤곽을 덮어 지우면서 저 감옥 속으로 감옥 속으로
(『신생』2006년 가을호)
겨울肖像
이수익
못에 빠져 죽은 여자의 얼음 사이로 나온 손, 그 희디 흰 손은 가지를 내고 햇빛을 받아 성장하고 있었다.
장미꽃처럼 타오르는 윤활유의 煖爐에서 沙漠에서 나와 그 여자는, 함께 있었던 것일까.
겨울에 표현되는 강 流域을 빗기어가는 새들--- 저 이름모를 영혼의 악사들은 나의 지대에서 駐屯했던 모든 것을 거두어 갔다.
망고와 잎사귀 진 나무와 조용한 이 계절의 夕暮를 노래하는 우리 아이들의 식탁에 와서 하나씩 잠이 드는 고향.
못에 빠진 여자는 죽어서 손은 가지가 되고 가지마다 꽃은 난만히 피었는데, 누가 겨울철의 이 눈물을 그릴 수 있을 것인가.
예불 / 이수익
절로 흘러넘치는 물이
있다.
절로 절로 흘러넘쳐서
제 몸을 세상에 내다버리는
물이 있다.
내다버리고 또 내다버림으로써
종일토록 보시하는 물이 있다.
그 물 속에
천수관음 옷자락이 펄럭인다.
그 물을 절간의 동자승이 꼴딱꼴딱 잘도
들이마신다.
절로 흘러넘치는 시간 속에
아직 생각을 벗지 못한 젊은 비구니
파르란 머리가 벽을 향해 운다.
아직,
한참이다.
우울한 샹송/이수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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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글쓴이 : yang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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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샹송/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에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좋은 계절에 기쁨 가득하시구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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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무렵의 시/이수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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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글쓴이 : 불량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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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序詩(서시) / 이수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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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 그리운 악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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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악마/이수익
숨겨둔 정부情婦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몰래 나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 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 단 축배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 지라도,
숨겨둔 정부情婦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 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격월간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11-12,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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