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가난 - 용혜원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2. 4. 11:00
가난 - 용혜원 최종수정 : 2006-01-02 22:49:27  


가 난

                 용 혜 원

가난은 싫었다

늘 제풀에 기가 죽어
숨어 사는 것만 같아
대달픈 입술만 깨물었다

기댈 곳도 없는데
올라가야 하는
언덕만 기디리고
숨차게 오르면
비탈길만 기디리고 있었다

쫓기듯 쫓기듯이
힘겹게 살아도
바라보며 혀 차는 소리가 싫었다

살내음마저 가난이었다

사계절의 온도보다
늘 더 추웠다
늘 배고프고
외로움이 가져다 주는
서러움에 등골가지 시렸다

온 세상이
다 구멍이 뚫렸는지
뼛속까지 바람이 불어왔다

얼굴빛에서 가난이 감돌고
손등에선 가난이 터져나왔다

가난은 나에게
눈물의 맛을 알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