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SEX - 원태연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1. 13. 13:04
SEX - 원태연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침대로 쓰러뜨렸지
달콤한 혀와 함께
그곳으로 손이 들어왔지
꿈처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지
내 손을 가슴으로 끌어당겼지
만질 수 있는 행복을 주었지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조심하며 보다듬었지
안심하게 되었지
여기까지 왔으면 다 됐다 싶었지
오래된 부부처럼 생각하게 되었지
혀가 멈추었지
손길이 멈추었지
눈을 떠 보니 일어서고 있었지
냉수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었지
불을 끄러 가는 게 아니었지
일어서 나가려는 거였지
속옷을 입고 있었지
입은 게 아니고 입고 있었던거였지
알몸은 나 혼자였고
넌 한번
돌아보지도 않았지
알몸으로는 따라갈 수가 없었기에
옷을 입으려 주위를 둘러보았지
급했기에
눈에 바로 띄는 옷을 골라버렸지
내 취향은 무시된 채로
조금이라도 빨리 입으려
열심히 움직였지
내가 너만큼 옷을 입었을 때
넌 보이지도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