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꽃에게

월정月靜 강대실 2006. 9. 27. 10:41
꽃에게
 
 

               
                           문   병   란

차라리 마지막 옷을 벗어버려라.

밤마다 비밀을 감추고
마지막 부분,
부끄러운 데를 가리우던
그날부터.

내 앞에 위태롭게 서 있던 자태.

너를 탐내는 눈 앞에
너를 더듬어 찾는 음모의 손길 앞에
간신히 지켜온
비밀,
가장 안에 감춘 빛나는 아픔을 보여주어라.

그 어느 빛의 언저리에서
간음 당하는 너의
花心,
이 눈부신 밝음 앞에
탐욕의 눈길들이 너를 찾고 있다.

오늘의 수치,
白磁의 無法 앞에
알몸으로 떨고 있는 꽃이여.

아슬아슬한 빛의 난간에서
네가 마지막 지킨
분노,
어느 절정에 눈을 꼭 감고 있느냐.

이제 지켜야 할 아무것도 없는
赤裸裸한 가슴,
차라리
찬란한 밝음을 갈갈이 찢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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