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타령 오탁번
- 여보, 카섹스가 뭐래유?
요즘의 성풍속이 TV에 방송되자
계집이 사내에게 물었다
- 병신, 자동차 안에서 방아 찧는 것도 몰러?
마당의 모깃불이 시나브로 사위어갔다.
이튿날 사내는 계집을 경운기에 태우고
감자밭으로 감자 캐러 나갔다
산비둘기가 싱겁게 울고
암놈 등에 업힌 메뚜기는
뙤약볕이 따가워 뺨 부볐다
- 여보, 우리도 카섹스 한 번 해 봐유
- 뭐여?
- 경운기는 차 아니래요?
사내는 경운기를 냅다 몰았다
계집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바소쿠리 가득 감자를 캐면서
계집이 사내를 핼끗핼끗 할겨보았다
- 저, 병신!
사내는 욕을 하며
구들장보다 뜨거워진 경운기에
계집을 태웠다
- 아유, 아유, 나 죽네
솔개그늘 아래 경운기 위에서
계집은 숨이 넘어갔다
뻐꾹뻐꾹 울던 뻐꾸기가
울음을 딱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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