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18. 오탁번 시인/1. 방아타령

월정月靜 강대실 2025. 1. 29. 16:22

방아타령          오탁번

 

 

- 여보, 카섹스가 뭐래유?

요즘의 성풍속이 TV에 방송되자

계집이 사내에게 물었다

- 병신, 자동차 안에서 방아 찧는 것도 몰러?

마당의 모깃불이 시나브로 사위어갔다.

 

이튿날 사내는 계집을 경운기에 태우고

감자밭으로 감자 캐러 나갔다

산비둘기가 싱겁게 울고

암놈 등에 업힌 메뚜기는

뙤약볕이 따가워 뺨 부볐다

 

- 여보, 우리도 카섹스 한 번 해 봐유

- 뭐여?

- 경운기는 차 아니래요?

사내는 경운기를 냅다 몰았다

계집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바소쿠리 가득 감자를 캐면서

계집이 사내를 핼끗핼끗 할겨보았다

- 저, 병신!

사내는 욕을 하며

구들장보다 뜨거워진 경운기에

계집을 태웠다

 

- 아유, 아유, 나 죽네

솔개그늘 아래 경운기 위에서

계집은 숨이 넘어갔다

뻐꾹뻐꾹 울던 뻐꾸기가

울음을 딱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