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분과 회원 작품집 원고(강대실)
십팔공十八公
다붓한 언덕길에 동자승 같았던 너
바람에 옷고름 너푼대는 연전 늦가을 해거름
넌지시 맞아들였지 마음의 뜨락에
멈출 줄 모르는 시간 열차 올라타고는
눈길 닿을 때마다 한결 더 수려한 면모에다
불길 같은 열정 하늘에 이르고
깨무는 입술 새어 나오는 자탄의 한숨까지도
모래 속에서 찾은 금싸라기로 알고
온전히 마음공부에 팔렸었지
오늘은 고통 삼키며 허욕의 긴 팔 잘라 내고
겉치레 더벅머리 정갈히 다듬은 너
십팔공十八公 별호를 준다
먼 하늘 우렛소리에도 올곧게 뼈를 못 세우는
비루한 이 몸 도반 되어 되알지게 손잡고
길 중의 길 좇아 해맑은 거울로 서자꾸나.
*십팔공十八公 : 소나무를 달리 이르는 말.
'松, 자의 파자 풀이임.
숲속에 들어
괜스레 내가 밉고 울화가 치밀어
마음을 어르며 비비한 세우 길 나선다
삼나무 편백나무가 화엄을 이룬 극락
그 향기 자욱한 한재골 트레킹 코스 초입에다
부끄러워 무거운 발길 벗어놓고
도반 나무랑 산이랑 꼼지락꼼지락 걷는다
이러히 나와 내 길이 불퉁불퉁한 것은
나를 보듬기에도 늘 부족한 가슴에다
입에 꿀을 바른 말을 경멸한 탓이리
하나 둘 주위랑 격을 두고 먼전으로 돌다
어느덧 무인도 첩첩한 가시울타리 속에
꼼짝도 못 하게 갇혀 버린 나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끈질긴 두레박질
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
울울창창한 숲속의 일행이 된다
스스로 만든 그늘을 깨친 갈맷빛 욕망
야금야금 하늘길 열어 가는 나무들 나랫짓
어디 한 점 게으름도 서두름도 없다.
약력
1996년 월간《韓國詩》등단.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세상 눈뜨기」 수록
무등문학회 회원
시집『바람의 미아들』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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