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13. 양광모/4.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양광모

월정月靜 강대실 2024. 8. 22. 22:17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양광모



어제 걷던 거리를
오늘 다시 걷더라도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더라도
어제 겪은 슬픔이
오늘 다시 찾아오더라도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한다


식은 커피를 마시거나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먹을 때
살아온 일이 초라하거나
살아갈 일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진부한 사랑에 빠지거나
그보다 더 진부한 이별이 찾아왔을 때
가슴 더욱더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 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바람에 꽃 피어
바람에 낙엽 질 때까지
마지막 눈발 흩날릴 때까지
마지막 숨결 멈출 때까지
살아있어 살아 있을 때까지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살아 있다면
가슴 뭉클하게
살아 있다면
가슴 터지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