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씨내리

월정月靜 강대실 2023. 11. 15. 20:02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씨내리/ 월정 강대실

 

 

안 맵고 달짝지근해, 갖다 심어 봐! 

읍내 종묘 상회 주인 여자

안 매운 고추모라 해 곧이듣고 심었다.

 

보리밥 얼음물에 꾹꾹 말아 

생된장 듬뿍 찍어 게걸스레 먹던 기억

풋고추 올찬 거로 뚝뚝 한 주먹 땄다

 

확 콧속을 꿰뚫는 알알한 냄새

눈은 그깟 것 하고 손은 어비해

들었다 놓았다, 씨와 씨모를 생각하다

 

자고로 씨도둑은 못 한다고

남 탓을 사서는 못쓴다며, 아버지

평생 흐트러짐 없이 살고자 애쓰셨지

 

걸음질에서 묻어나는 냄새 비위 상해

왼고개 젓는 사람 아직은 못 보고

늘 같이하자는 이도 있어 그저 감사할 뿐인데

 

오늘도, 들꽃 한 송이 눈 맞추자니

미안한 마음 안 들게 살지 못했고

앞산 바라보는 것조차 부끄러울 때가 많다.

초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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