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내리/ 월정 강대실
안 맵고 달짝지근해, 갖다 심어 봐!
읍내 종묘 상회 주인 여자
안 매운 고추모라 해 곧이듣고 심었다.
보리밥 얼음물에 꾹꾹 말아
생된장 듬뿍 찍어 게걸스레 먹던 기억
풋고추 올찬 거로 뚝뚝 한 주먹 땄다
확 콧속을 꿰뚫는 알알한 냄새
눈은 그깟 것 하고 손은 어비해
들었다 놓았다, 씨와 씨모를 생각하다
자고로 씨도둑은 못 한다고
남 탓을 사서는 못쓴다며, 아버지
평생 흐트러짐 없이 살고자 애쓰셨지
걸음질에서 묻어나는 냄새 비위 상해
왼고개 젓는 사람 아직은 못 보고
늘 같이하자는 이도 있어 그저 감사할 뿐인데
오늘도, 들꽃 한 송이 눈 맞추자니
미안한 마음 안 들게 살지 못했고
앞산 바라보는 것조차 부끄러울 때가 많다.
초2-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