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생이다
월정 강대실
물소리 실은 바람 영을 넘어옵니다
하늘 부끄러이 바라보지 않기로 합니다
먼 산자락 바람꽃 거기서 이울 듯
돈과 빛의 슬픈 집착 사르기로 합니다
가느다란 숨결 운명처럼 움켜쥐고
홀연히, 두 눈 귀 막고 가기로 합니다
까투리 비상하는 소리에 찢어지는 적막
마른 솔잎 하나 내려앉는 산정의 해름녘.
공은 생이다 2/ 월정 강 대 실
벗님네 물어오면 잊었노라 말하리다
사랑이 찾아오면 오래 전 이라 보내리다
옹알이 앓던 제비꽃 빙긋빙긋 길섶에 웃고
공허한 산자락에 백설 난분분 들어도
호수를 쓰담는 실바람으로 산다 하리다
산봉우리 넘어가는 흰 구름 되어 간다 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