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길을 거닐며 / 월정 강대실
당초엔 이 길이, 안온한
보금자리 이었느니 네들만의
세세연년 엉클어지고 성클어지던
관광 제일의 깃발 든 과욕이
막무가내로 덤벼들어 여기저기에
콰앙쾅 말뚝을 박아대더니
육중한 삽이 냅다 밀어붙이고 다져
번지르르 검은 포장 씌우고
양켠에 저 단단한 철책 둘러쳤나니
금족의 강 넘고 건너 옛처럼
어우렁더우렁 살고 싶은 목마름에
긴긴 장마 칠흑 야밤을 훔쳐
늘늘히 여린 발 디밀어 보지만
날이 새면 그뿐 무참히 으깨진 꿈
검은 땅 위에 낭자한 아픔
정갈한 아침의 호반길
칡넝쿨 풋풋한 피비린내에
죄 짐 도맡아 진듯 휘청이는 발걸음.
장성호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