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호반길을 거닐며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12. 16:13

 

 

 

호반길을 거닐며 월정 강대실                      

                                            

 

당초엔 이 길이, 안온한

보금자리 이었느니 네들만의

세세연년 엉클어지고 성클어지던

 

관광 제일의 깃발 든 과욕이

막무가내로 덤벼들어 여기저기에

콰앙쾅 말뚝을 박아대더니

 

육중한 삽이 냅다 밀어붙이고 다져

번지르르 검은 포장 씌우고

양켠에 저 단단한 철책 둘러쳤나니

 

금족의 강 넘고 건너 옛처럼

어우렁더우렁 살고 싶은 목마름에

긴긴 장마 칠흑 야밤을 훔쳐

 

늘늘히 여린 발 디밀어 보지만

날이 새면 그뿐 무참히 으깨진 꿈

검은 땅 위에 낭자한 아픔

 

정갈한 아침의 호반길

칡넝쿨 풋풋한 피비린내에

죄 짐 도맡아 진듯 휘청이는 발걸음.

 

 

장성호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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