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사모곡2

월정月靜 강대실 2023. 1. 21. 18:24


 
    사모곡思母曲2 / 월정 강대실 천수 야박하여 백방으로 내로라한 병의원 찾아다녔지만 명의 못 만나고 갖은 첩약에 단방약 써보았지만 약발 없어 끝내, 명줄 내려놓고 예순일곱에 만가 소리 구슬픈 꽃가마 타고 황망히 이승의 강 건너신 어머니 가시고는 한 번만이라도 뵙옵기 학수고대해도 왠지, 만날 길 없고 내 안에 살아 계셔 해마다 백화 흐드러지는 오월 이맘때가 되면 앙가슴 저미는 그리움 도집니다 한 生 터벅거리며 살아왔다고 저승걸음이 이리도 진땀이다는 서글픈 눈빛, 애원하는 자식들 둘러보고 스르르 눈감더니 된 숨 몰아쉬고는 끝끝내 말문 못 여신 어젯밤 꿈속에 행여 한 자식이라도 찾아올까 밤새껏 수잠 주무시며 서낭당 고개 내다보시는 모습 너무 초초해 희밋한 먼동 속 찾았습니다 어이하여, 서녕골 농골 해총골 너른 땅 다 두고 가난뿐인 농군의 아내로 낮에는 호미 자루 밤엔 하염없는 졸음에 허벅살 쥐어뜯으며 호롱불 밑에서 대삿갓 절어 얼기설기 마련한 넘바등 비알밭 귀퉁이 지키고 계시나요 삼태기만 한 봉분 뽑아도 뽑아도 돋는 쑥잎은 어머니 영생불멸 고결한 숨결이요 금시라도 화들짝 꽃망울 터뜨릴 것 같은 산소가 영산홍은 세파에 찌든 자식들 마음 포근히 녹여주시던 미소입니다 살아생전 따스운 진짓상 못 올리고 날만 좀 궂을 성싶으면 영검하게도 미리 알고 쑥쑥 쑤시기 시작한 두 다리 쭈욱 펴고 쉴 편안한 자리 챙겨 못 드린 막심한 불효 분하고 원통한 세월 되어 눈물로 흐릅니다 꽃마음이라야 눈에 예쁜 꽃 보이고 하늘마음이라야 생에 하늘냄새 풍긴다 시던 생전의 말씀, 금이야 옥이야 할렵니다 언제까지나 내내 편안하시옵소서.


'1.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달  (0) 2023.01.22
사모곡2  (0) 2023.01.21
개나리꽃  (0) 2023.01.21
시인의 고백  (0) 2023.01.17
기다림을 위하여  (0) 2023.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