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 속 호박덩이/ 월정 강대실
꽃 피고 새가 우는 춘삼월
묵은 쩍밭 한쪽 귀퉁이 옛 두엄자리에
신접살이 차렸던 호박아씨
우거진 찔레나무 환삼덩굴 위를
여름 내내 활개춤에 말만 타다
번지레한 옥동자 하나 안 보여 준다 했는데
된서리에 그만 진이 빠져 까발린
퍼질러 낳아 여기저기 덤불 속 숨겨 온
용알 같은 누우런 호박 덩이,
일찍이 청상 되어 열녀로 산다더니
어찌 부음 들었는지 한달음에 달려와
영정 앞 꿇어앉은 열 자식 감쪽같이 숨겨 온
숲정이 소갈머리 없는 당골네같이.
초2-781
2019.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