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솔※ / 월정 강대실
한 이불 속 형제들 다 딴솥 걸고
어머니 그만 된숨 몰아쉬며 노을 따라 가시자
막냇동생 외로이 삭망 지키는 고향집
몽매간에도 아른대는 부모님 뒷모습,
헛간 한 켠 거미줄에 칭칭 붙들린 널 만났지 용케
어머니 베매기 때는 꼭 나와서 상일꾼이 된
동네 누님들 하나둘 도회 방직공장 가고
아버지 대목 장날 설빔 사오시더니
언젠가부터 내 눈에서 멀어진
대바구니 장사 졸졸 따라간 봉팔이 녀석처럼
빡빡이 네가 그리울 때는, 너의 본향
앞내 갈밭을 서성이며 휘파람도 불어보았으나
그믐밤만큼 까맣게 잊고만 살아 왔지
지금은 바디 삼칼과 함께 문방 한편에
초례청에 든 신부처럼 다소곳이 숨죽이고 앉아
뿌연 그리움의 먼지 덕지덕지 뒤집어쓰고 있는
너와 눈이 마주칠 때면, 불쑥
번번이 내 딱지 따먹던 곰철이도 보고 싶어지지.
※풀솔: 지방에 따라 귀얄 호추 풀비 풀솔 베솔 등 으로 부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