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원율리* 당산할아범

월정月靜 강대실 2022. 2. 7. 12:41

원율리*당산할아범/ 월정 강대실 원율리 서쪽 어귀 귀기 띤 당산할아범 우람한 풍채에다 언제부터인가 할망이듯 흔연히 큼직한 돌 하나 품고 산다 칠야 캄캄한 밤 보쌈을 해왔는지 빗길에 하룻밤 쉬어 가자며 찾아들었는지 팔 척 장신 멀쑥한 허우대에 다가가도 내외하지 안 했을 듯한 긴긴날 소 닭처럼 물끄럼말끄럼 바라만보다 동한 마음, 날마다 품을 넓혀 가 아픔을 삼키며 자기 살로 끌어안고는 그예, 연리지락을 누리게 됐으리라 동네 사람들 들면날면 그냥 안 보고는 온 동네가 한마음 한뜻이라야 당산할아범 진노 안 하신단 생각이 들었는지 물 한 바가지도 서로 나누자 하고 정월 대보름날 다짐으로 올리는 동신제, 마을 수호신으로 섬긴다. * 원율리: 전남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를 이름


'1.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 뽑는 노인장  (0) 2022.08.08
국수  (0) 2022.07.20
개 짖는 밤  (0) 2022.01.28
진대나무※를 만나다  (0) 2022.01.27
그 겨울날  (0) 2022.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