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풀을 뽑는 노인장/ 월정 강대실 큰길 옆 병원 앞 쌈지 공원 줄줄이 늘어선 길나무 그늘 아래 한없는 질시의 발길질 아랑곳없이 계절을 딛고 무심히 짓어 오른 잡풀 풀 뽑는다 환자복 입은 노인장, 혹여 행인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면 지지리도 할 일 없는 식충이라고 흘깃흘깃 퍼붓는 욕 괘념치 않는다는 듯 괘념 마음에 한 번 걸리는 것은 사돈네 쉰 떡 보듯 그냥 못 두는 성미일까 한 손에 링거병 달린 봉대 다잡고 한 쪽 맨손으로 보도 세세히 풀 뽑는다 길 모롱이 호떡 굽는 아낙네 파리 날리는 눈빛 뽀르르 쫓아가서는 그 풀 뭐할라냐 캐묻는 앙칼진 소리 내뱉고 휙 회리바람처럼 돌아선 뒤꼍 길보다는, 이내 마음 밭 야금야금 묵어 드는 잡풀을 뽑았다는 듯 겸연스런 얼굴빛 숨 고르는 칠십객 노인장 솔선이 막막한 인해의 등댓불로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