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 월정 강 대 실
훌쩍, 두 내외가 어디론가 가서
며칠 조용히 쉬어 오고 싶어도
한 가닥 빗금진 눈길에까지
온몸으로 정 주는 생목숨들 탓에
늘 후제를 되뇌며 살아야 했다
그런데, 모처럼 독한 맘먹고
갔다가 2박 5일 만에 돌아왔다, 웬걸
담장 위 날름 올라앉은 포도넝쿨
내려와 대문에 금줄 매고
왕거미 여기저기 구석진 데다
겹겹이 그물망 치고 있었다
꽃나무들 옆으로 푸른 친구 불러들여
시끌벅적 인기척 내고
남새밭 비릿한 풋향기 피우던 고추
매운 내 날리며 쌍불 켜고 있었다
한 가족임 훤히 알고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