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우리말 바로 쓰기

있다/없다

월정月靜 강대실 2008. 5. 28. 12:50

있다/없다

tonebi 2004.08.09 16:06

조회 2,269

있다/없다’는 맞선말인데, 이 말이 들어가 생긴 말들까지 가지런하게 발달되진 않았다. ‘없다’붙이는 “낯없다·종없다·대중없다·값없다·버릇없다·아랑곳없다·보잘것없다·느닷없다·열없다·체신없다·꼼짝없다·어처구니없다·쓸데없다·…” 들 서른가지가 넘지만, ‘있다’는 “맛있다·힘있다·몸있다·가만있다·지멸있다·싹있다·싹수있다·본때있다·멋있다”에다 요새 많이 쓰는 ‘재밌다’까지 합쳐 여남은이다.
‘-없다/-없이’꼴이 ‘-있다/-있이’보다 생산성이 썩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본디꼴 아닌 어찌꼴로 쓰이는 말까지 더한다면 ‘없다’ 쪽 말이 열곱은 많다.

한편, 낱말 잦기조사 결과들을 보면, ‘있다, 없다’가 따로 풀이말이나 도움말로 쓰일 때는 ‘있다’ 쪽이 오히려 열곱절 정도 자주 나온다. ‘-고 있다’식의 진행형을 많이 쓰는 탓이다.

‘없다’는 대체할 뜻을 지닌 딴말이 발달되지 않은 반면, ‘있다’는 움직씨·그림씨 두루 쓰여 ‘멋지다·맛나다’처럼 ‘나다·지다·좋다·차다’ 따위 주변 말로 대체되어 상태나 움직임을 강조할 때가 많다.

‘없다’붙이가 들어간 말 가운데, 큰 욕으로 쓰는 말이 있다. 요즘은 욕인 줄 아는 이가 드물지만, 어른들 사이에서는 이만한 욕이 없었다. 대체로 상대를 대놓고 “이 본데없고 난데없는 놈아!” 하는 식인데, ‘놈·년’보다 실은 그 앞말이 문제다. ‘배운 것도 없고 예절도 모르며, 씨도 배도 알 수 없는 이’란 뜻이다. ‘난데없이’는 ‘난 데 없다’라는 마디에서 나와 낱말로 굳어 ‘느닷없이·뜬금없이’란 뜻으로 쓰인다.

여기서 ‘본데없다/본데있다’는 있지만, ‘난데없다’는 ‘난데있다’가 없다. 좋든 궂든 난 데가 없는 사물이란 없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