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담양문학 16호(베매기솔/밤골 풍경/ 덕실마을 채씨)

월정月靜 강대실 2018. 4.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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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문예지

         담양문학 

        2017 년 제16호 (2017년 12월 28일 발행)

        시 99, 100, 101쪽 



베매기솔

 

한 이불 속 형제들 다 딴 솥 걸고

어머니 그만 노을 따라 가시자

막냇동생 외로이 삭망 지키던 고향집

 

몽매간에도 아른대는 부모님 뒷모습,

헛간 서까래 밑 시르죽한 널 만났지 용케

어머니 베 맬 때는 꼭 나와서 도와주던

 

동네 누님들 하나둘 방직공장 가고

아버지 대목 장날 설빔을 사오시더니

언젠가부터 눈에서 멀어진

 

눈물로 바구리 장사 따라간 봉팔이처럼

빡빡이 네가 궁금할 때는, 본향

앞 냇가 갈밭을 서성이기도 하였으나

그믐밤만큼 까맣게 잊고만 살아 왔지

 

지금은 바디 삼칼과 함께 문방 한편에

초례청 신부처럼 옹그리고 앉아

갈수록 가망 없는 일 기다리고 있는

 

너와 눈이 마주칠 때면

불쑥, 딱지 치던 친구도 보고 싶어지지.

 

 

 

밤골 풍경

 

어둑살 땅뺏기 하는 당산 마당에 들면

까치가 머리오리가 희다며 통성한다

고무신 질질 끌고 가도 괜찮고

모여 앉아 이약이약하다 밥도 함께 먹고

회관이 내 집 안방 같아서 좋다.

 

정월 대보름에 인구전 천 원씩 내어

당산신께 풍요와 평안을 빌며 제지낸다

, , , , , 채 정갈한 제물에

울리는 매구굿 소리, 축수하는 부민들

파제 후 훈훈한 동네잔치가 좋다.

 

첩약보다 운동이 좋은 줄은 알고

틈을 내 삼삼오오 동네 갓길 기계처럼 돈다

된깔크막 넘어서 약수터 다녀온 이들

앞 강 자전거길 애마로 달리는 사람들

섭슬려 운동하는 습관이 좋다.

고희의 문턱에 선 토박이 두 친구

아무나 목이 칼칼하면 손짓한다

목롯집에 앉아 소주 막걸리 몇 병 앞에 두고

애먼 세월 씹다가도 남은 세월이 얼마인데

함께 헝클린 마음 다잡아서 좋다.



덕실마을 채씨

 

진눈깨비 때리던 동짓달

허접한 살림살이 주섬주섬 챙겨 싣고

논두렁길 박차고 떠난 덕실마을 채씨

 

산처럼 치닫고 물처럼 휘감기며

강남 부자 동네에다 아파트도 장만하고

새끼들이랑 옥작옥작 살더니만

 

어쩌다 중간에 잘못 생각하여

숫되고 세상모른 자식 백일몽에 젖어

일일년년 뒤통수만 바라보고 살자니

삶이 한 곡조 노래보다 서글픈데

 

어느덧 짓눌러 오는 세월의 무게

질화로 속 온기처럼 그리워지는 가난

절름절름 망초꽃 같은 백발 머리에 이고

노을 든 한강에 씻는 한숨 아홉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