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간절함에 대하여-안도현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2. 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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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에 대하여

                            안도현


금강 하구를 가로지른
거대한 배수갑문, 그 한쪽에
강물을 조금씩 흘려 보내는 조붓한 물길이 있다
魚道라고 하는데,
영락없이 강물의 탯줄이다
강으로 오르고 싶은 물고기는 오르게 하고
바다로 내려가고 싶은 물고기는 내려가게 한다
5월, 내려가는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거슬러 오르고자 하는 것들이 거기 가득했다
더 높은 곳에서 봤더라면
버드나무 잎을 따다
몽땅 뿌려놓은 것 같으리라
숭어떼였다!
바다를 뚫고 억센 그물을 찢을 때 생긴
상처투성이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주둥이부터 꼬리까지
하나같이 무엇이 간절한
눈부신 숭어떼
큰놈 작은놈 할 것 없이
대가리를 강물 쪽으로 대고
오로지 거슬러 오르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날개를 찰싹 접고 꼿꼿이 서서
꼼짝을 하지 않고 숭어떼를 노려보는
잿빛 새 한 마리
그 긴 부리의 간절함은
또 무엇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