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 고재종
된서리에 배추 속 차듯이 살면
땅 밑의 알토란 무더기 캐듯 할 거라더니,
개평술 몇 잔에 이 집 저 집
상갓집 개처럼 어슬렁거리다간 죽었다.
'평생을 리자만 갑다 말엇따!'
모진 생만큼이나 쓰라린 유서 한 줄 남기고,
서로 외면하는 그의 집에 삭풍만 들락거리며
문에 붙은 조합의 차압 딱지를 추문(推問)해 댔다.
'12. 내가 읽은 좋은 시 > 2)시인의 대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 고재종 시/ 4. 백련사 백일홍나무를 대함 (0) | 2025.02.04 |
---|---|
20. 고재종 시/ 3. 길에 관한 생각 (0) | 2025.02.04 |
20. 고재종 시/ 1. 고재종 시 모음 (0) | 2025.02.04 |
19. 서정주 시/ 23. 선운사 동구 (0) | 2025.02.04 |
19. 서정주 시/ 22. 저무는 황혼 (0) | 2025.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