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 백일홍나무를 대함'//고재종
스님이 입고 있는 입성은
잿물빛도 소연해서 소연해서 사그러지겠더군.
스님이 바라보는 백일홍은
분홍빛도 화사해서 화사해서 자지러지겠더군.
그날사 말고 비는 내리고 내려서
구구구 멧비둘기 불러 무위적정(無爲寂靜)을 허물고
비 맞고도 환하디환한 백일홍,
나는야 차마 차 한 모금 못 넘기겠더군.
- 고재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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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쪽 선운사 가는 길이었든가. 아니면 천안 어디쯤 추사 김정희의 생가 가는 길이었든가 하여튼 십리도 넘게 젊은 백일홍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길을 따라 가 본 적이 있다. 밑둥을 살짝 긁으면 사르르 꽃망울을 떠는 이 배롱나무가 안개비가 내리는 그 때도 환하디환하게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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