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0. 고재종 시/ 5. 능금밭 앞을 서성이다

월정月靜 강대실 2025. 2. 4. 10:14

능금밭 앞을 서성이다 / 고재종

 

지난 토요일

직장 동료들과 청도에 다녀왔습니다.

별장처럼 예쁜 집에서

밤, 땅콩, 고구마를 먹고

집 근처 텃밭에서 자란 풋고추와 배추도 먹으며

눈부신 가을햇살까지 마음껏 먹었습니다.

그 집 옆엔 과수원이 있었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보고 우리들은

하나 따 먹어도 될까? 괜찮겠지? 안되겠지?

하면서 초대받지 않은

그들의 달콤한 축제에 방자하게 끼워 들었습니다.

정말로, 무슨 장한 기운이

서리서리 둘러쳐 있는 것인지 저마다

둥글게 깊어지고 있는 그 곳에

차마 들어서지 못하고

가지고 간 카메라에 몰래 담아 왔습니다.

詩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