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9. 조지훈 시 /9. 역사 앞에서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28. 09:00

역사 앞에서/ 조지훈

 

만신(滿身)에 피를 입어 높은 언덕에
내 홀로 무슨 노래를 부른다
언제나 찬란히 틔어 올 새로운 하늘을 위해
패자(敗者)의 영광이여 내게 있으라.


나조차 뜻 모를 나의 노래를
허공에 못박힌 듯 서서 부른다.
오기 전 기다리고 온 뒤에도 기다릴
영원한 나의 보람이여


묘막(渺漠)한 우주에 고요히 울려 가는 설움이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