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8. 문병란 시/4. 정당성1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27. 07:48

정당성 1

문병란

나의 행동에 대하여
나는 정당성을 찾는다.

외국 유학생의 비자 위에서
오늘의 지성은 정당을 찾는다.

마땅히 먹어야 하고
마땅히 배설해야 하고
모름지기 남보다 잘 살아야 한다.

나는 왜 그녀를 울렸던가.
나는 왜 수입이 적은가.
그녀의 입술 위에서
나의 입술은 무엇을 훔쳤는가,
우리들의 사랑은 정당하다.

데모대는 돌맹이 속에서
민주주의 소생을 믿고
경찰은 최루탄 속에서
법의 존엄성을 믿는다.
모든 것은 정당하다.

성토 대화가 열릴 때
도봉산에 가서 연인과 즐기고
데모가 전개될 때
당구장에 가서 휴강을 즐긴다.

껌을 씹으면서 패튼을 관람한
내 양심의 소재,
껌을 씹다
어금니로 입술을 깨문 그
실수 - 짭짤한 피의 맛을 아는가.

전쟁을 즐기는 위대한 영웅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졸병 사이에서
입 다문 휴머니티
어금니 사이에서 으깨려진
껌 - 모든것은 정당한가.

막걸리 집에서 행방불명이 된
오늘의 지성과 꿈.
나는 실연을 하고
체루탄 속에서 코스모스가 피고
저축 강조 주간에 적자를 낸
나의 아내 - 그러나 모든 것은 정당한가.

미니스커트가 자꾸만 올라가고
서울의 빌딩이 자꾸만 높아가고
이 가을 나의 적자도 늘어나고
그러나 모든 것은 정당한가.

정당성을 잃은 이 가을
입 다문 내 패배 위에
낙엽이 저야 하는 이유.
시월의 연서를 불살라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