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국숫집 주인의 셈법
육탁
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숫집에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출처] 시집 1091. 배한봉 - 『육탁』|작성자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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