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3)좋은 시

포장마차 국숫집 주인의 셈법/육탁 배한봉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16. 13:18

포장마차 국숫집 주인의 셈법

 

육탁

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숫집에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