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에게 보내는 메일/월정 강대실
얘야, 시간 한 번 내거라! 잠깐
아무리 곁눈질 할 틈이 없을지라도
근일 내로 네 안이랑 민성이랑 셋이서, 꼭
거기 초입 하당에 아버지와 오랫동안
벌꿀보다 더 달고 끈끈하게
통정해 온 막역지우 한 분 계시니라
미루지 말고 전화 올려 내 말씀 드리고
꼭 한 번 찾아뵙고자 한다고
언제든 좋으니 시간 주십사 허락 받아라 미리
지척이 천리라고 이 근년 서로 간에
염려만 쥐고 살았지 상면 없는 터에
어제는 전화가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발 너르기가 거기 앞바다 정박선이요
노적봉보다 더 큰 덕 쌓으신 분이다 했더니
너희들이 꼭 찾아뵙고자 한다고 얘기했다
가서는 곡진히 정례에 약주 한 잔 올리고
언제고 올라오시면 꼭 한자리 하시잔 다고
말씀 잊지 말고 틀림없이 올려라
시종 말씀 새겨듣고 일어설 때는
거처가 근동이라 또 문안드리겠노라고
인사 잊지 말거라, 공손히.
초2-878
2008. 0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