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행복/월정 강대실
귀가 순해지고서야
어렵사리 아귀지옥에서 발을 빼고
훌쩍 키를 높인 청대 연신 구름 비질하는
무욕의 하늘 아래 묵은 짐 풀었지요
詩 향에 生을 대끼며, 틈틈이
햇귀 앞서 밭에 나가 흙내 마시며
풀과 가뭄, 벌레 새 짐승과 씨름하여
몸에 좋은 먹거리 가꾸지요
자라고 열리고 밑이 든 대로 거두어
자랑스레 형제 자식들 챙기고
정분 깊은 이웃이랑 나누지요
윗목 한구석 콩이며 참깨 자루
오막조막 널린 잡곡 보퉁이 바라보면
추수한 나락 가마니 차곡차곡 쟁여진
아버지 가을 토방같이 부자 아니어도
든든해지는 마음 주머니
소박한 행복에 겨워 살지요
(4-41. 바람의 미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