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걸어오다 / 月靜 강 대 실
쇠물가마 속 욕기가 오각의 씨알
꿀단지 싸안듯 붙안고 늘어져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바람 등 타고 솟대 끝 기어오르고
천지 사방 들쑤시고 다녀도
털끝만치도 기미가 없다
첩첩산중을 짐승같이 싸대다
파도가 물기둥 치는 벼랑을 날아
공룡처럼 으르릉으르릉 울부짖는다
몰강물에 쫙쫙 감아 땋은 머리
항라 치마저고리에 외씨버선 신은
금가락지 같은 詩 하나
보시시 눈웃음 지으며 이내
마음의 오솔길 은빛 바람결 따라
하느작하느작 내게로 걸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