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시가 걸어오다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12. 16:29

시가 걸어오다 / 月靜 강 대 실

 

 

쇠물가마 속 욕기가 오각의 씨알

꿀단지 싸안듯 붙안고 늘어져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바람 등 타고 솟대 끝 기어오르고

천지 사방 들쑤시고 다녀도

털끝만치도 기미가 없다

첩첩산중을 짐승같이 싸대다

파도가 물기둥 치는 벼랑을 날아

공룡처럼 으르릉으르릉 울부짖는다

몰강물에 쫙쫙 감아 땋은 머리

항라 치마저고리에 외씨버선 신은

금가락지 같은 詩 하나

보시시 눈웃음 지으며 이내

마음의 오솔길 은빛 바람결 따라

하느작하느작 내게로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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