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병원 일기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11. 18:00

 

    병원 일기/월정 강대실 희미한 지등이라도 밝혀 보자고 한 生 뒤뚱뒤뚱 고빗길 넘어온 탓이리 윗목에 늘어만 가는 약봉지에 갈수록 멀리 못할 병원길 담당의 눈길 안 닿는 음지 어딘가에 사악한 음모가 숨어들 수 있다며 샅샅이 뒤져 보자 권한다 행주보다 더 척척한 뉘우침, 속을 비우고 청강수로 씻어 낸 뒤 침대에 몸이 누이고 주삿바늘 꽂히고… 얼마나 깊은 잠에 떨어졌을까! 몽롱세계 흔들어 깨워 곁부축한다 긴 의자에 버려진 우유갑처럼 쓰러져 누워 연신 만상이 바로 서고 또렷해지자 대장에 발하는 몹쓸 싹 제거했다며 이상 있거든 바로 와 입원하란다 내 언어에 병실잠은 없다 되뇌며 오후의 나른한 병원 문 밀치고 나온다.

 

 

 

 

 

'1.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0) 2023.09.11
여름 산  (0) 2023.09.11
형벌  (0) 2023.09.11
눈 내리는 창가에서  (0) 2023.09.11
메밀꽃 모정  (0) 2023.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