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刑罰 /월정 강대실
부산 김정호 시인이 보내 오늘 받온
우편물 봉투를 열자
물씬 내풍기는 시향에 벌거니 매료되어
언뜻 생각나는
참으려야 더는 참을 수 없는 욕구에
슬그미 현관문을 밀치고 나가
문등 희미한 불빛 아래 질펀히 앉아
책을 펴들고 막 불을 붙이는 순간
두 번째 바위를 품은 내 의지가
여지없이 작심삼일이 되고
에취, 에-취, 엑-취-!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돌풍
눈길은 시 죄목罪目의 행간을 가는데
또다시 연거푸
에-취, 엑-취, 에엑-취ㅡ!
폐부 깊은 데서 몰아닥치는 강풍
아이고, 왜이래 갑자기
돌라먹은 게 없는데 아무 것도, 낮에
나와의 씨름에 무참히 넘어지는 내게
격노한 하늘의 준엄한 심판 같은
오장이 뒤틀리고 머릿골이 진동하더니
앞이 캄캄해지다
무수히 떴다 지는 별 속으로
영육이 곤두박질하는 이 지독한 형벌刑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