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형벌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11. 17:54


      형벌刑罰 /월정 강대실 부산 김정호 시인이 보내 오늘 받온 우편물 봉투를 열자 물씬 내풍기는 시향에 벌거니 매료되어 언뜻 생각나는 참으려야 더는 참을 수 없는 욕구에 슬그미 현관문을 밀치고 나가 문등 희미한 불빛 아래 질펀히 앉아 책을 펴들고 막 불을 붙이는 순간 두 번째 바위를 품은 내 의지가 여지없이 작심삼일이 되고 에취, 에-취, 엑-취-!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돌풍 눈길은 시 죄목罪目의 행간을 가는데 또다시 연거푸 에-취, 엑-취, 에엑-취ㅡ! 폐부 깊은 데서 몰아닥치는 강풍 아이고, 왜이래 갑자기 돌라먹은 게 없는데 아무 것도, 낮에 나와의 씨름에 무참히 넘어지는 내게 격노한 하늘의 준엄한 심판 같은 오장이 뒤틀리고 머릿골이 진동하더니 앞이 캄캄해지다 무수히 떴다 지는 별 속으로 영육이 곤두박질하는 이 지독한 형벌刑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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