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1 / 월정 강대실
온몸에
계절로 매단
넘치는 희열
훌훌 털어
날려 보내고
심념深念에 젖다
찾아든 삭풍
목 쉰 노래에
별이 잠들면
하늘 바라
독백으로
언 강 넘는다.
겨울나무2 / 월정 강대실
북받치는 그리움이냐
꽃불로 타더니
잊어야 돼 잊어야 돼
들붙는 뒷바람에
격정의 사연 담아
붉은 엽서 낱낱이 날리고
처연한 가슴 부둥코
샛강을 건넌다.
겨울나무3 / 월정 강대실
나인들 다 떠나보내고
막막 천애 혼자 남은 임금님
발가벗고라도 이 궁 지키자
태평성세 꼭 오리니
패장의 애끓는 흐느낌
언 강 건너는 겨울나무.
노거수1/ 월정 강대실
온 몸 썩히어
갖은 풍상
삭이고 서 있는
상처마다 피워올린
녹야청청의 마음, 오늘은
낙엽으로 또 버티나니
한 生
청청한으로 남는
내 마음속
지주목입니다.
노거수老巨樹 2 / 월정 강 대 실
별의별
病도 다 있나 보다
인술도 청순한 바람도 소용없어
더는 회생 기미 보이지 않는다
터덕거리며 삼동의 강 넘더니
성큼성큼 쫓아오는 花信에도
생의 끝자락 틀어쥐고
눈 한 번 깜짝 않다니
부끄럼 없는 나들이 길에
생채기만 덕지덕지 안고
이젠 본향으로 가시려나 보다
아름다운 결단의 길에
살아도 살았달 수 없는 목숨,
이리 가슴앓이만 한다.
裸木의 겨울나기/ 월정 강대실
찬 서리 내려앉은
가지 위
아침 햇살 잠을 깨
영롱히 비추는 산비알
못 잊을 그리움으로
허공 향해 손짓하는
나무들
시린 발 바라보고
북녘 향해
목쉰 노래로 살아간다
따스한 날
잔디에 뒹구는 꿈
피멍울 들어도
이 강을 건너자.
나목裸木 / 월정 강대실
낯짝 두껍게 울 너머로
힐끗힐끗 훔쳐본다 했더니
실은 야심을 품었던 게지, 내게!
한 겹 한 겹 옷 벗어 내치더니
미끈한 알몸뚱이 뽐내며
팔풍받이에 서서 기다리는 바람둥이
언제까지 그리 요염한 자태로
애틋한 연모의 눈길 보낼 셈이냐
아무때나 휙휙 휘파람 불어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