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흙담집 동무

월정月靜 강대실 2020. 5. 10. 09:35


000,
흙담집 동무 / 월정 강대실
 
 
얼굴이 보얗고 둥그스름했던
흙담집 명문이
 
아버지는 어디 가셨는지
어머니 형과 함께 머언 아랫녘에서
우리 동네 서편으로 이사 온
 
한 반 짝꿍으로
자갈밭 학굣길 나란히 걸으며
기차 이야기도 들려주고
 
초가지붕 여기저기
호박이 살쪄 가는 그늘 마당에서
뒹굴며 같이 숙제를 했던
 
시름시름 앓던 형 잃고는
학교에 잘 안 나오더니, 어느새
서울로 훌쩍 떠나가고는 소식 없는
 
모진 비바람에 누렇게 익은
둥실한 호박을 보면
동무 얼굴이 얼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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