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문예지
서은문학
2018년 12월15일발행 (2018년 제4호)
시 207~209쪽
베매기솔
한 이불 속 형제들 다 딴 솥 걸고
어머니 그만 노을 따라 가시자
막냇동생 외로이 삭망 지키던 고향집
몽매간에도 아른대는 부모님 뒷모습,
헛간 서까래 밑 시르죽한 널 만났지 용케
어머니 베 맬 때는 꼭 나와서 도와주던
아랫데미 쌀님이 누님 방직공장 가고
아버지 대목 장날 설빔을 사오시더니
언젠가부터 눈에서 멀어진
눈물로 바구리 장사 따라간 봉팔이처럼
빡빡이 네가 궁금할 때는, 본향
앞 냇가 갈밭을 서성이기도 하였으나
그믐밤만큼 까맣게 잊고만 살아 왔지
지금은 바디 삼칼과 함께 문방 한편에
초례청 신부처럼 옹그리고 앉아
갈수록 가망 없는 일 기다리고 있는
너와 눈이 마주칠 때면
불쑥, 딱지 치던 친구도 보고 싶어지지.
내가 좋아하는 여자
툭툭 털고 한번쯤 나그네 되자던
아내와의 약속 미뤄질수록
점점 마음보다 더 긴 하루하루
오늘도 첫새벽부터 종종걸음 치다
옆에 앉더니 깜빡 잠에 빠진
짠한 눈빛으로 얼굴 한 겹 덮어 주다
망연히 창밖 먼 산 바라보노라면
눈앞에 어룽거리는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들 잔영 위로
연화처럼 봉긋이 피어오르는
천둥소리 나면 지레 놀라 문 잠그고
꽃무늬 몸뻬 바지가 좋아 즐겨 입고
가난한 내 시 봐주다가는
어느덧, 눈에 핑 도는 눈물 애써 감추는
쑥맥 같은 아내 얼굴
나는 그 물내 나는 여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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