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설산雪山

월정月靜 강대실 2018. 1. 15. 09:19

 

 

 

    설산雪山/ 월정 강대실 세밑가지 설한을 뚫고 산문 연다 키 큰 나무들 옷 벗어 어린나무 덮어 주고는 눈 짐을 지고 동안거하는 중이다 네발로 기어가다 유목 내민 손 잡다 산정은 아득한데 숨이 앞장서서 턱에 올라 노송과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숨 고른다 선뜻, 한 번쯤 누군가 흘린 눈물 강에 덤벙 뛰어들어 보듬고 허덕여 봤더냐 선문답이라도 하듯이 던진다 내달아 팔소매를 걷어붙이기보다는 먼눈으로 바라보다 야기죽거리기도 했던 내 반생 스스럼없이 털어놓자 바윗등에서 고개를 삐쭉 엿듣다 같이 갔으면 더 쉽고 멀리 갈 수도 있었다며 귓전에 슬쩍 흘리고 줄행랑친 바람 한 점 후끈 달아오르는 낯짝 입술 감쳐물고 바람 발자국 엉금엉금 쫓으며 내 안의 내 속 깊이 다진다, 나를 죽이라.

 

 

 

 

'1.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숲을 바라보며  (0) 2018.02.10
꽃 마중  (0) 2018.01.26
로드킬  (0) 2018.01.03
새해 기도  (0) 2017.12.25
한 친구 아버지  (0) 2017.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