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雪山/ 월정 강대실
세밑가지 설한을 뚫고 산문 연다
키 큰 나무들 옷 벗어 어린나무 덮어 주고는
눈 짐을 지고 동안거하는 중이다
네발로 기어가다 유목 내민 손 잡다
산정은 아득한데 숨이 앞장서서 턱에 올라
노송과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숨 고른다
선뜻, 한 번쯤 누군가 흘린 눈물 강에
덤벙 뛰어들어 보듬고 허덕여 봤더냐
선문답이라도 하듯이 던진다
내달아 팔소매를 걷어붙이기보다는
먼눈으로 바라보다 야기죽거리기도 했던
내 반생 스스럼없이 털어놓자
바윗등에서 고개를 삐쭉 엿듣다
같이 갔으면 더 쉽고 멀리 갈 수도 있었다며
귓전에 슬쩍 흘리고 줄행랑친 바람 한 점
후끈 달아오르는 낯짝 입술 감쳐물고
바람 발자국 엉금엉금 쫓으며
내 안의 내 속 깊이 다진다, 나를 죽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