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월정 강대실
묵은세배 드리고 어둠 뚫고 가는 길
전조등 불빛에 희끄무레한 형상 하나
급브레이크로 아슬아슬 피하고 보니
로드킬로 정물이 된 길고양이
그냥 버려두고 와서 마음에 밟혀
원단 일깨워 다시 찾은 그 길
조심히 다가가자, 주검 옆 웅크리고 있다
풀덤불로 어슬어슬 꼬리 감추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냉돌 같은 밤 대답 없는 어미 팔 끌며
일어나, 위험해! 얼른 일어나!
가게, 집에 가서 편히 쉬게!
통울음으로 고추바람 버텼을
길섶에 정차하여 마음속 촛불 밝히고
올 한 해 만 생명들 무사의 복 빌며
저만치 눈물 찍어 훔치는 은행나무 발아래
쌓인 낙엽 헤치고 초장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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