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로드킬

월정月靜 강대실 2018. 1. 3. 12:45


로드킬/ 월정 강대실 묵은세배 드리고 어둠 뚫고 가는 길 전조등 불빛에 희끄무레한 형상 하나 급브레이크로 아슬아슬 피하고 보니 로드킬로 정물이 된 길고양이 그냥 버려두고 와서 마음에 밟혀 원단 일깨워 다시 찾은 그 길 조심히 다가가자, 주검 옆 웅크리고 있다 풀덤불로 어슬어슬 꼬리 감추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냉돌 같은 밤 대답 없는 어미 팔 끌며 일어나, 위험해! 얼른 일어나! 가게, 집에 가서 편히 쉬게! 통울음으로 고추바람 버텼을 길섶에 정차하여 마음속 촛불 밝히고 올 한 해 만 생명들 무사의 복 빌며 저만치 눈물 찍어 훔치는 은행나무 발아래 쌓인 낙엽 헤치고 초장 지낸다.

'1.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마중  (0) 2018.01.26
설산雪山  (0) 2018.01.15
새해 기도  (0) 2017.12.25
한 친구 아버지  (0) 2017.12.18
기다림을 위하여  (0) 2017.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