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지우며 / 월정 강대실
ㅡ매화나무
다 떠나가고 적요에 잠긴 들판
부르튼 손발 구동을 건너는 매화나무
못 잊을 우리 부모님 그림자이리
어깨 흔들어 깨워 보지만
끝내, 침묵의 빗장 열리지 않고
죄목도 정죄도 없이 기계톱 굉음에 동강나
툭! 툭! 땅 위에 떨어져 눕는
반백 년 그루터기에 남은 나이테
평생 호미등처럼 허리 한 번 못 펴신 부모님
안돌잇길 한이 담긴 타임캡슐
낙과落果 같은 순명 곁에 움츠리고 앉자
생의 내력 소스라쳐 튀어나오고
살붙이를 보내듯 목이 메이는데
빈 논배미 건너 시르죽은 해의 눈시울
떨어진 동백꽃 가슴보다 섧고
솔밭 발밤발밤 건너오는 절집 독경소리
내 화끈거리는 두 귓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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