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귀촌의 꿈

월정月靜 강대실 2017. 2. 24. 08:50

 

귀촌의 꿈/월정 강대실

 

여기저기에 선대님 숨결 어린 쌍태리 상골*. 환삼덩굴

같은 까칠한 가난 물려받아 벌 치고 다랑논 갈고 죽전 가

꾸어 열두 식구 구입하며 밖에서는 법 없이도 밥상머리

에선 불호령으로 당신을 각인 시키신 천생 농군 우리 아

버지. 짱짱한 하늘 바라 새끼들은 지겟다리 장단에 초부

타령이나 읊조리게 안 두겠다는 호박벌 열망에 둥지를

떠나야 했던 열다섯 살 까까머리 촌닭. 심안을 넓혀 가

족과 이웃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자고 하고많은 날들

이 흘린 땀방울만큼이나 휘청거려도 쑥잎같이 돋는

丘初心. 또래들과 함께 쏘다니던 산과 들 앞도랑 울 너머

로 꼬순내 한 바가지 나누던 사람 냄새 못 잊어 돈 버는

일 접고 나서는 대뜸, 적을 향리에 두고 부지런히 큰밭이

랑 산밭 흙내 마셔가며 인생의 미립 티워가는 초로의 시

. 애초에 부귀니 영화는 생각지도 않은 터, 허명에 무슨

꿈이랴! 뜬구름 좇는 삶 청산하고 초야에 돌처럼 묻혀 말

을 아끼는 목석과도 소원함 벗고자 짐을 푼 담양댐* 턱밑

밤골*. 명산 산성산*이 뒤꼍으로 가만가만히 걸어 내려와

늘 푸른 송백과 청대 키우고 너른 앞들 허리 굽히고 기다

리는 갈밭 한가운데로 굽이굽이 머리 낮춘 물굽이가 지

절대는. 부민들 소망 주렁주렁한 오백 년 당산나무 동편

긴 팔 아래 마련한 앵매기집 같은 月靜堂. 형제와 일가친

척 두 아들네와 손자들 먹물을 함께 먹으며 시문 나누던

문우와 좋든 궂든 선뜻 앞장서는 몽근도치 같은 정인들

맞을 그날만 빈 까치집처럼 기다리며 증편같이 부푼 이

내 마음. 어스름 짙게 밀려들어도 귀촌의 텃밭 손질에 마

냥 바쁘기만 한 일손.

 

 

쌍태리 상골: 담양군 용면 쌍태리 필자가 태어난 동네.

담양댐: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면 대성리에 있는 댐.

밤골: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를 이름.

산성산: 담양군의 금성면 금성리·용면 산성리·순창군 팔덕면 청

계리의 경계에 있는 고도 603m . 금성산성이 축성되어 있고,

쪽은 담양호가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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